"장애인 예술작품, 단순 끄적거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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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8회 작성일 24-07-15 10:35본문
뇌병변장애인예술인 김재호 작가 인터뷰
[소셜포커스 이원준 기자] = “장애인이 그렸다고 해서 단순히 불편한 몸으로 끄적거린 것으로 치부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있어 삶의 모든 질문과 고민의 답을 구하는 방식은 바로 그림입니다.”
김재호(뇌병변 1급) 작가가 표방한 예술관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방식을 그림에서 찾았다. 결국, 그에게 그림은 삶의 대화이자 안식처란 얘기다.
김 작가는 어릴 적 가족과 헤어져 주몽재활원에서 자랐다. 11살 때부터 그림을 그려온 그는 2002년, 23살의 나이로 한국재활복지대학교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여러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그 때마다 장애 때문에 퇴짜 맞았다.
그러나, 그는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미술 활동을 이어가던 김 작가는 개인 전시회를 9회 개최했으며, 디아트82라운지의 스마트폰 케이스 사업에 그림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에는 위탁 서비스 전문기업인 유베이스 소속 예술가가 됐고, 오는 9월 캐나다 토론토의 한 아트센터에 그의 그림이 전시된다. “그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작업실에서 김재호 작가를 만나 예술관, 주요 개인활동, 장애인예술가 정책 진단 등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예술 활동 중 가장 보람찬 순간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내 작품이 팔릴 때다. 내가 직접 구상하고 표현한 그림이 예술성을 인정받고 제 값에 판매될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다. 또, 그림 크기마다 가격이 다른데, 1호인 엽서 크기 작품이 6만원, 30호가 180만원이다. 싼 가격이 아니지만 그보다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디아트82라운지라는 회사에 스마트폰 케이스용 그림을 제공하고 있는데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한다.”
작품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나
“대부분 대중매체와 인터넷 이미지, 직접 보는 야외 풍경에서 얻는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창작에 쏟고 있지만, 아이디어를 위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등에서 이미지를 찾아볼 때도 있다. 가끔 화면의 한계를 느낄 때면 모임을 통해 야외 스케치 여행을 간다. 시시각각 변하는 버스 창밖 풍경이 고스란히 머릿 속으로 들어오면 이후 붓을 통해 그림이 된다.”
작품 활동 중 힘든 점은
“가장 힘든 부분은 신체적인 문제다. 섬세한 부분을 그리려면 손이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난관이 많다. 거의 완성한 그림을 더 자세하게 묘사하려다 실패하는 때도 있다. 또, 공간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는 적도 있다. 현재 11평 남짓한 집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따로 작업실이 없다. 결국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은 작은 방이 전부다. 그림과 함께 뒤엉켜 자거나 다 그린 작품을 한쪽 방에 구겨 넣듯이 보관하는 것도 다반사다. 그래서 장애인 예술가를 위한 작업실이나 작품 보관실이 절실하다.”
장애인예술가 지원과 관련해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은
“문체부에서 장애인 예술가들을 위한 저금리 대출상품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고, 한편으로는 비슷한 정책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장애인 예술가를 위한 의료비 지원 등이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장애인들은 몸이 아프면 예술을 하기 힘들다. 이때 재활치료, 물리치료 등 고비용의 치료 과정 때문에 아예 예술에서 손을 떼는 경우도 많다. 이들에게 치료비용 등을 지원해 준다면 예술을 계속할 힘이 될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 예술가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정책을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장애인 예술가들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먼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찾는 게 급선무다. 굳이 예술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 몰두한다면 분명 빛을 볼 날이 온다. 또, 장애인 예술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작품을 ‘불편한 몸으로 끄적인 결과물’로 보지 말고 ‘궁금하며 알아가고 싶은 대상’으로 봐달라는 얘기다. 장애인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소셜포커스 독자들도 각자 아픔을 딛고 일어나 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www.social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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